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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Dream

[독후감] <구약이 이상해요> 오경난제 해설 (차준희 저)

by 하이디필~굿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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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의 발견

좋은 책을 우연히 발견한다는 것은 보물 찾기와 같지요.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보고 나오는 길에 신간 도서 모아놓은 서가에서 <대출가능>이라고 새 책이 놓여있는 걸 발견했어요. 도서관의 책을 읽으면 장점이 많지만, 하나의 단점은 남이 읽던 책이라서 (또는 보관하던 책이라서) 좀 더럽다는 것이죠.  그런데 새 책을 빌리면서 내용도 맘에 들고 유익하다면... 그래서 제가 보물 찾기라는 말을 써봤어요.

 

저자: 차준희 님

저자는 차준희 님, 한국구약학회 회장과 남현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한, 현재 한국구약학연구소 소장이며 한세대학교 구약학 정교수로 소개되어 있어요.  언제나 제 생각이 그렇듯이, 어떤 이력과 현재 어떤 직책인지 보다는 저작으로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 집중하고 싶어요. 

 
구약이 이상해요: 오경 난제 해설
오경은 성경 전체의 등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성경 이해의 출발은 오경 이해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온갖 난제와 오해 그리고 곡해로 본래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못하거나 잘못 알려진 대목이 적지 않다. 이 오경을 잘못 이해하면 나머지 구약은 물론이고 신약 이해에도 결정적인 해를 끼친다. 이에 이 책의 저자는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구약의 난제들을 탄탄한 학문적 근거에 기초하되 알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본서의 저자인 차준희 교수는 전문 성서학자이고 현장 목회를 경험한 목사이면서도, 스스로를 “구약 전도사”로 칭한다. 그는 구약의 대중화를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위해 상아탑의 학자 중 몇몇은 시끄러운 시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의 마음은 늘 학계와 현장, 신학과 교회, 서재와 시장 그 중간에 위치한다. 그는 양쪽을 끊임없이 넘나들면서 양쪽의 풍성함을 꾀하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저자의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의 각 장은 “하나님도 후회하신다고?” “파라오가 억울하다고?” “아사셀! 누구세요?” 등의 제목 아래 각각의 오경 난제를 풀이해준다. 예를 들어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파라오에게 보내실 때, “내가 파라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여 그가 백성을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책에서는 “마음을 완악하게 하다”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밝히고, 정말 하나님이 파라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셨다면 그가 억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출애굽기 본문을 근거로 답과 해설을 제시한다. 레위기에 나오는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내는 염소”에 대한 의문도 다룬다. 고대 근동에서 “아사셀”은 어떤 의미였으며 그것이 야웨 신앙의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되어 이 본문에 담겼는지, 또한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밝힌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질문에 대답해주고 있다. 성서 전문가의 해석을 일반 독자가 직접 소화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많다. 전문성과 대중성이 공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약성경의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전문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구약의 배경이 되었던 고대 근동의 맥락 안에서 일차적인 해석이 시도되고 본문 본래의 의미가 객관적으로 규명되어야만 오늘날의 독자에게 주어진 이차적 의미가 왜곡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경의 난제 본문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최근 연구 결과를 현장 목회자들과 일반 성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득하려는 몸부림의 결과다. 오경을 최근의 성서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참신하면서도 제대로 설교하고자 하는 목회자들, 오경의 곡해된 부분을 바로 잡아서 성서 해석의 기초를 든든히 세우고 싶은 신학도들, 교회의 설교로 만족하지 못하고 오경의 더 깊은 의미를 알고 싶어 갈증을 느끼는 일반 성도들에게 이 책이 신뢰할 만한 길잡이가 될 것을 확신한다.
저자
차준희
출판
새물결플러스
출판일
2021.10.26

  

목차

서문
머리말: 인생의 지도인 성경

1장 하나님이 한 분이 아니라고?: 하나님의 “우리”(창 1:26)
2장 인간이 흙에서 왔다고?: 흙보다 못한 먼지에서 온 인간(창 2:7)
3장 죽음이란?: “반드시 죽으리라”(창 2:17) 혹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창 3:4)
4장 감히 여자가? 여자가 어때서?: “돕는 배필”(창 2:18)
5장 죄를 다스리라니?: 죄의 충동(창 4:7)
6장 하나님도 후회하신다고?: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창 6:6)
7장 동물도 언약의 파트너라고?: “땅의 모든 생물 사이의 영원한 언약”(창 9:16)
8장 아비의 죄 때문에 아들이 저주받는다고?: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창 9:25)
9장 하나님, 누구세요?: “나는 곧 나다”(출 3:14)
10장 파라오가 억울하다고?: “내가 그의 마음을 완악하게 한즉”(출 4:21)
11장 모세를 죽이려고?: “여호와께서 그를 만나 그를 죽이려 하신지라”(출 4:24)
12장 장정만 60만이면 총 200-300만 명이라고?: “보행하는 장정이 육십만 가량이요”(출 12:37)
13장 가계에 흐르는 저주가 있다고?: “죄를 갚되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출 20:5)
14장 동일하게 복수하라고?: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출 21:23 - 25)
15장 새끼와 그 어미의 젖을 섞지 말라고?: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출 23:19)
16장 생명책은 뭐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버려 주옵소서”(출 32:32)
17장 구약의 제사, 다 폐기된 것 아닌가?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나?: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레 1:9)
18장 아사셀! 누구세요?: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낼지니라”(레 16:10)
19장 거룩하라! 어떻게 해야 거룩해지지?: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레 19:2)
20장 왜 미리암만 가지고 그러시나?: “미리암은 나병에 걸려 눈과 같더라”(민 12:10)
21장 모세의 죄, 무슨 죄를?: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민 20:12)
22장 십일조가 세 종류나 된다고?: 제사장용, 제사용, 약자용 십일조(신 14:22 - 29)
23장 가난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신 15:4 - 5, 11)

참고문헌

책의 내용과 독후감

이 책은 모세오경에서 독자가 가질 만한 질문들(난제들)을 저자가 직접 던지고 답하는 형식으로 쓰여있는데, 

그 23가지 난제가 모두, 모세오경을 읽었다면 의문을 가졌을 법한 질문들이라서 눈길을 끌었어요.  이제 처음 오경을 읽고 이건 도대체 무슨 기록인가 하시는 분들부터, 오경을 여러 번 내지 수십 번을 읽었어도 도무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 성경에 조예가 있으신 분들까지, 그 질문과 거기에 대한 답변이 너무도 궁금하고 유익한 그런 질문들이에요. 위 목차를 보시면 느낌이 딱 오실 거예요!

 

많은 기독교 신앙 관련 서적들이 신앙에 기인한 세상에서의 성공전략을 말하고 있는 가운데, 진리로서의 성경이 구약의 모세오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세상 가운데, 하나님 아래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에요.  특히 저자의 폭넓은 구약 해석과 설명에는 히브리 원어가 성경의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의해 히브리어를 잘 모르고 우리말로 여러 번 읽어도 성경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성경>을 기반으로 <성경>을 해석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첫 번째 장의 난제: 창세기 1장에서부터 출현하는 '우리'라는 표현이 (오경은 모세의 시대에 기록되었음에도) 추후 삼위일체라는 교리에 의해 해석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저자가 그 '우리'가 <심사숙고의 복수형 (plural of self deliberation)> 내지 <대화의 복수형 (plural of communication)> 으로 사용된 예문을 들어 설명해 준 대목에서 깜짝 놀라면서 또 시원한 해결을 느꼈답니다.

 

이렇게 스물세 가지 문제가 성경에 의해 해석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라고요.

 

다만, 제게 의문이 남는 것은 12장 "장정만 60만"이라는 의문에 대한 것인데요, 육십만이라는 숫자가 "육백 엘레프"의 해석인데, 엘레프는 1천의 숫자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부대로 편성된 '군대'의 의미로 볼 때 대략 12명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민수기에 보면 천 단위가 아니라, 백 명 또는 오십 명 단위로 지파별 인구수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래서 <엘레프> 단위 만으로는 해석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히브리어와 성경지식이 일천한 저로서는 알 수 없네요.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내 마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그 의미가 이해되더라고요.  

 

에세이처럼 쉽게 읽어 내려가면서, 오경에 대한 의문점이 풀리는 차준희 교수의 <구약이 이상해요>, 이 책은 신앙인이라면 꼭 읽어보시고 믿음의 근간이 되는 모세오경에 대한 생각과 질문들을 정리해 봄 직하고요, 비신앙인이라도 교양을 위해 읽어보고 성경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약학자이신 차준희 저자를 존경하게 되었구요, 다른 저서들이 꽤 많이 발간되었음에 지적 호기심과 풍부함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책을 읽고 독후감으로 이웃님들과 나눌 수 있음이 행복합니다.

하이디의 독후감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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