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배철현
- 출판
- 코바나컨텐츠
- 출판일
- 2010.12.30
이 책은 샤갈의 성서그림(특히 구약의 창세기)에 대한 생각을 종교학자인 배철현님이 정리한 책이다.
이 책으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샤갈이 유대인이라는 사실, 그래서 저자가 피력한 바, 그가 히브리어 원어가 가진 진정한 의미로 창세기(성서)의 기록들을 이해하고 표현한 유일한 (비록 성화를 그린 유명한 화가는 많을지라도) 화가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샤갈이 유대인이라는 점은 히브리어에 조예가 깊은 저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 만큼이나 내게도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 샤갈은 완전한 유대인이었지만, 그의 그림에는 십자가와 예수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는 점에서 그러했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는 2010-2011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을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 컨텐츠라는 회사가 주관했었다는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60288&plink=ORI&cooper=NAVER
민주당 “김건희 '샤갈전' 개최도 거짓”…국민의힘 “형사 고발”
민주당이 김건희 씨의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샤갈전'개최 이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거짓 네거티브'라며 형사 고발을 예고했습니다.
news.sbs.co.kr
(위 2022년 3월 기사)
그 회사가 전시 주최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여부는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고, 양쪽에서 서로 상반되는 사실 논란을 펼치고 있었으나, 그 후 1년 -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 나는 모르겠다.
위 SBS 기사에 따르면, 공동주최인 서울시립미술관에 확인하였을 때 코바나컨텐츠가 주관이나 후원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고 (민주당), 공동주최자인 한국일보에는 확인하지 않았으며, 전시 팜플렛에 코바나가 '제작투자'라고 인쇄되어 있다는 (국민의 힘) 주장들이 오갔던 모양이다.
그러나, 배철현 님의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라는 이 책은 2011년 2월 초판이 펴낸이 김건희, 펴낸곳 (주) 코바나컨텐츠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코바나컨텐츠의 김범수 이사라는 분과 배철현님이 <샤갈전>에서 대화하는 모습까지 이 책에는 이례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한 다툼은 논외로 하기로 하고,
나에게 샤갈전 (2010)의 전시는 어떤 의미였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잊을 수 없는 감명이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전에도 다수의 걸작품들의 전시를 본 적이 있었다. 기억이 나는 나의 첫번째 미술전시회 관람은 여고시절, 미술선생님의 숙제로 관람했던 "김흥수 전"이 아니었나 싶다. 그 후로도 다수의 전시를 본 적이 있었지만, 그냥 느린 걸음으로 어떤 그림들이 있나 '구경'하는 수준이었었다.
그런데,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작가가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된 것이 내게는 바로 그 <샤갈> 전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림들이 내게 다가왔다. 화가가 그림의 구석에 어떤 색상과 어떤 사물을 부가적으로 칠하거나 그려넣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화가가 그 의도를 내게 말해주기라도 한 듯이. 샤갈은 빨강과 초록으로 뭔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 다가왔었고, 그가 그린 허공을 떠도는 것 같은 인물들의 모습이나, 자주 등장하는 동물인 수탉과 말의 두상 등이 난데없이 나타난 그림들도 화가의 의도를 뭔가 내게 말해주는 걸로 들려왔다.
그리고, 그후로는 그림을 볼 때 작가와의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느낀다. 그러니, 자주 다니지는 못할지라도 그림과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어느 곳에 여행을 가게 되면 무엇보다도 미술관을 찾게 되는 것이다.
샤갈은 1887년 벨라루스에서 유대인 노동자의 맏아들로 태어났고 1985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을 그렸다. (1890년에 태어나 1918년에 사망한 에곤 쉴레가 생각난다. 그는 1차 대전이 끝나기도 전에 짧은 생애를 마쳤음에도 남겨준 예술의 작품수와 감동이 적지 않은데...) 샤갈은 1차 대전, 2차 대전, 나찌의 유대인 학살 등의 험란한 시절을 다 겪으면서, 많은 그림들을 그렸다. 그는 꽃과 나무를 즐겨 그렸고, 결혼에 대하여, 성서인물에 대하여, 서커스와 어릿광대,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들을 두루 그렸다. 아마도 그의 생을 마감할 시간이 다가올 때 그는 신과 성서에 대한 그림에 더 집중을 하지 않았나 싶다.
샤갈은 유대인의 전통에 따라 신의 형상은 절대 그리지 않았고, 신의 존재를 그리려 할 때, 신의 전령인 날개 달린 사람의 모습으로 천사들을 그렸다. 배철현 님이 책에 쓴 것과 같이 샤갈은 최고의 가치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고, 신의 사랑과 우주의 비밀, 그리고 진리에 대한 탐구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다.
샤갈은 86세 생일인 1973년 7월7일에 오랜 숙원이던 성서그림을 전시하기 위한 국립마르크샤갈성서미술관의 개관을 보았고, 그의 삶과 예술에 반영된 성서의 메시지를 그린 그림으로 지금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니스(Nice)에 가서 그곳을 꼭 들러보고 싶다.
https://musees-nationaux-alpesmaritimes.fr/chagall/collection/periode/le-message-biblique
Le Message Biblique
La Genèse et l'Exode
musees-nationaux-alpesmaritime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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