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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Dream

김훈의 소설: <하얼빈>

by 하이디필~굿 2023.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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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양장본 Hardcover)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저자
김훈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08.03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김훈의 날카로운 필치로 어떻게 묘사했을까 궁금했다.

 

서울과 천안을 왔다갔다하면서 오산 부근을 지날 때 즈음, 더본냉장이라는 물류창고의 벽면에 크게 그려 둔 안중근 의사를 보며 나는 지날 때마다 경례를 하거나 눈인사를 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144/0000536973

 

[SNS는 지금] 경부고속로도에 등장한 안중근 대형 벽화

한 기업이 건물 외벽에 안중근 의사의 벽화를 그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뽐뿌 등에는 안중근 의사의 벽화가 그려진 건물 사진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자

n.news.naver.com

 

그 분은 무슨 생각으로 총을 쐈을까?  총감이라는 직책의 이토를 사살할 수 있는 기회를 그는 어떻게 얻었을까?  그분의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독립한 나라는 그분의 가족에 어떤 보상과 명예를 주었을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었을까?  궁금했었다. 

 

안중근의 이야기는 뮤지컬과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분들이 감명깊게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보지 못했고, 스토리와 감성 위주로 만들어진 영상/공연물보다는 좀 더 심층적인 인간 안중근을 만나고 싶었던 터에 이 소설이 발간되었고,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서는 기회를 못얻어서 '상호대차'라는 제도를 처음으로 이용하였다.

 

소설 <하얼빈>은 저자의 의도답게 인간 안중근, 젊은 안중근이 100루블의 돈을 강제로 빌려서 단신으로 거사를 이행했던 당시 그의 생각과 심성, 그리고 몸을 표현하고자 했다.   

 

거사의 장면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고, 사형 집행의 순간도 감정에 휩싸일 틈이 없이 그냥 지나갔다.

 

다만, 소설 하얼빈은 안중근이 이 일을 행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그가 집중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토는 한국인이 저격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죽었는가?"에 대한 답이 안중근에게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이토는 자신이 왜 저격을 당했는지를 알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에 안중근은 왜 그리 집착했는지, 안중근의 마음을 작가는 차갑게 표현했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에 대한 감사를 옥중에서 사제 앞에 고백할 때 그의 냉정함과, 처자를 하얼빈으로 데려오도록 부탁하며, 자신의 몸도 하얼빈에 묻혔다가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인간 안중근의 심정도 지극히 담담하게 다가온다.   신문 과정에서 안중근의 당당함과 정연한 논리 또한 간결함 안에 강철같은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아프고 참담한 역사 가운데, 하얼빈까지 함께 했던 우덕순의 무심함과 덤덤함, 그러나 속내의 꼿꼿함에도 우리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나라를 빼앗겨가는 지독한 설움과 굴욕의 1909년 가을 겨울을 이 책으로 되새겨보며, 오늘날 나라 사랑과 국가의 독립적 지위에 대한 것을 한번 더 생각해보기 원해서, 안중근의 옥중 자서전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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