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Dream

[독서후기] 매그레와 벤치의 사나이 (조르주 심농)

by 하이디필~굿 2023. 6. 14.
SMALL
 
매그레와 벤치의 사나이(반양장)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와 벤치의 사나이』. 파리의 생마르탱 대로의 어느 으슥한 막다른 골목, 한 남자가 칼에 찔려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루이 투레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창고 관리인으로 성실하게 일해 온 중년 남성으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의 인물이다. 이런 으슥한 장소에서 취객이나 건달들 사이의 칼부림쯤이야 흔한 일이지만, 루이 투레같이 지극히 평범하고 얌전해 보이는 남자가 이런 곳까지 무엇 하러 들어와서 살해를 당했는지 매그레는 호기심이 동한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매그레는 루이 씨가 일해 왔던 회사가 3년 전에 이미 문을 닫았으며, 그가 오랫동안 실직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부인에게 그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매일 아침 출근하듯 집을 나섰으며,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는 남몰래 새 직장을 구했던 걸까? 그러나 당시 우연히 그를 목격했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공원의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만을 보았다고 증언할 뿐이다. 지난 3년간, 루이 씨는 대체 어떻게 지내 왔던 걸까? 그가 지니고 있던 거금의 출처는 대체 무엇일까? 베일에 싸인 그의 행적을 파헤쳐 가며, 매그레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그의 사생활의 비밀스러운 흔적들을 뒤쫓는데…
저자
조르주 심농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17.08.20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반장님 시리즈는 셜록 홈즈 이후 오랜만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고전적 추리물이라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손이 가는 책들이다.

 

프랑스 추리물이라서 번역본이 나오지 않으면 읽을 수없는데, 우리말로 번역된 것이 100여권이 넘는다는 매그레 시리즈 중 겨우 일부인 것 같아서 아쉽다.  조만간 도서관에 있는 매그레는 다 읽을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매그레와 벤치의 사나이도 매그레의 휴머니스트적 기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좀 수상하게 보이는, 우범 그룹(?)에 속할 것 같은 인물들을 뒤지다가 수사가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엉뚱한 데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매그레 형사의 매력...

 

특이하게 느낌이 온 것은 바로 살인의 대상이 된 신사가 신고 있었던 누런 구두... 심농은 이것을 거위똥색 구두라 했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갈색 구두를 신는 것이 무슨 자유나 반항이나 일탈의 상징이었던 가보다.  남편의 직업과 여건을 자매들의 남편과 비교해서 늘 열등감을 느끼고 남편을 닥달하는 아내로부터 달아나는 시간의 상징 같은 것...

 

지금 같으면 누가 갈색 구두를 보고 눈길이나 주겠으랴마는...  지금으로 치면, 늙수그레한 평범해 보이는 노신사가 머리를 길게 묶었다 이런 정도의 파격일까?  (솔직히 이런 거 요즘 파격도 아니지만)

 

매그레는 어김없이 이런 작은 단서로부터 파헤쳐서 죽은 이의 살았을 적 행적과 비밀로 붙이고 싶었을 사실들을 알아내고, 범인을 잡아낸다.

 

고전적인 추리소설은 거의 모든 사건의 해결이 범행 동기에서 시작하고 있다.  아마도 현대의 범죄수사도 그럴 것이다.

 

최근, 특별한 살인 동기 없이 해보고 싶어서 살인을 했다는 정유정이란 인물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한다.

이렇게 동기가 예측불가능한 (사실, 동기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정유정의 또래 살인과 같은 사건을 매그레가 본다면 어떤 시각으로 인간 심리를 파헤치며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정유정은 매그레 형사 앞으로 사건을 가져가지도 못하고 택시기사에게 신고 당했지만 말이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