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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Dream

베르베르의 조각들_ 조각들로 만족하지 못하는 애독자

by 하이디필~굿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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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조각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확실히 이례적인 작가다. 프랑스 소설가지만 프랑스적이지 않다는 평을 듣는가 하면, 자국보다 한국이라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더 큰 성공을 이루었다. SF 소설로 데뷔했지만 이후 하나의 장르로 국한할 수 없는 다층적인 작품을 끊임 없이 선보이며 하드 SF 팬들에게 ‘과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SF 소설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에 대한 평가나 논란 따위는 의식하지 않는 초연하고 순수한 이야기꾼일 뿐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그의 일상과 영감의 원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소회, 그가 남긴 유산과 미래에 대한 통찰을 폭넓게 다루며 그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편집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직접 만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행하며 그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했으며, 동시에 독점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그의 작품 속 문체처럼 가볍고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들로 변모해 독자들에게 작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또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라는 작품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한 그의 아들 조나탕 베르베르 역시 인터뷰이로 참여해 아버지이자 대선배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작품을 30년 동안 독점 출간해온 파트너인 출판사 열린책들의 홍지웅 대표의 인터뷰와 원문을 능가할 정도라 일컬어질 정도로 수준 높은 번역 작업을 다수 진행한 바 있는 전미연 역자(번역가)의 인터뷰를 비롯해 SF 문학 평론가 심완선의 평론 등 업계 파트너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들어본다.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이자 그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단순 독자 이상의 인물들은 책을 통해 작가가 쓴 작품의 매력과 영향력에 대해 전한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모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소설가의 삶을 이해하면 그의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이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같이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작가라면 더욱 그렇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이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여러 조각을 모아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 책은 그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심층적으로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전히 그의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그리고 앞으로 출간될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는 팬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저자
레퍼런스 바이 비 편집부
출판
비미디어컴퍼니 주식회사(제이오에이치)
출판일
2023.06.15

나는 베르베르를 좋아하고, 프랑스어를 할 수만 있다면 베르베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던 애독자이다.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글이 남다른 상상력을 보여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로 나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가끔은 베르베르의 지나치게 발칙한 상상력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어, 그의 세계와 그의 문학에의 접근을 소원하게 하기도 하지만.

 

베르베르를 밀착 취재해서 그의 일상과 루틴까지 보여주는 걸로 포장된 (내 생각에는 그러했다), <레퍼런스 바이 비 편집부>의 "베르베르의 조각들"은 베르베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들어갔다가, 약간의 실망감을 가지고 중간 샛길에서 나와버린 책이었다.  

 

이런 방식의 기획을 통해 베르베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를 향한 길을 안내해주는 의미가 있을까?  베르베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 책이 주는 정보에 당초 관심이 없을 것이고, 베르베르를 읽고 애독하는 사람에게는 그의 세계를 관통하지 못하는 주변정보들이란 부족함과 아쉬움만 더하지 않겠는가?

 

내가 받은 느낌은 "나는 베르베르를 만나러 갔는데, 베르베르를 한두 번 만난 적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 듯한" 찜찜함이랄까?  이건 베르베르의 한 조각을 곁눈으로 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 억울했다.

 

그래서 최근에 발간된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베르베르는 베르베르 자신이 말해야 진정 베르베르다운 것이겠다는 생각에서이다. [독서후기는 별도로 작성 예정] 

이 책<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을 통해 베르베르의 자전적 이야기로 작가를 만나고, 그 다음에는 다시 그의 소설의 나라로 들어갈 생각이다.  소설가를 만나려면 그의 소설로 들어가야 하는 법...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베르베르를 만난 분들의 이야기 조각은 그만 잊기로 했다.  출판에 애쓰신 분들(비미디어 컴퍼니 주식회사)께는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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