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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Dream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황금빛 화가

by 하이디필~굿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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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화가에 대한 이미지 (인상)

2009년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전시 (클림트 황금빛 비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클림트의 작품들을 이곳 아시아 대륙까지 실어오는 데 오랜 시간의 수집과 준비기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가장 유명한 <키스>라는 작품은 전시하지 않아서 서운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의 유디트 작품, 작품에서 적장의 목을 베었다는 여성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를 그렸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 여자의 손에 들린 목 잘린 남자는 화가 클림트의 모습 같았다 (남들도 그렇게 보는지는 모르겠다).  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기에서 클림트의 유화 몇 점과 드로잉들을 보았던 인상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드로잉들은 주로 여인들의 그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클림트의 그림 소재는 여인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강렬한 에로틱 느낌의 누드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것도 숨김없는 화가의 인상들을 지면에 표현해 놓은 것일 터이다.  화가들의 그림들을 보면, 화가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할까?  화가는 자기 생명과 모든 혼을 작품에 쏟아부은 것인 만큼, 관람을 하다 보면 그의 모든 것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 않다면 애써서 작품을 마주해서 바라봐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사진으로도, 또는 아무 매체로도 세계의 유명한 그림들이 다 내 컴으로 폰으로 배달가능한 요즘 같은 때에.

 
클림트 황금빛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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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성림
출판
다빈치
출판일
2002.07.30

 

클림트의 키스: 벨베데레 궁전에서의 첫 만남

클림트의 키스를 실제로 만난 건 2019년 4월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에서였다.

키스가 얼마나 유명한지, 우리는 한참 전에 티켓을 예매해서 토요일 아침 개장시간에 맞추어 달려갔는데, 그래도 몇 십미터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전시를 보면서 창밖을 보니 줄은 점점 길어지고 있었고, 한 줄이 아니라 <ㄹ>자로 길게 접혀서 기다렸다 입장하는 모습이었다. 

미술관에서 키스보다 먼저 만난 아담과 이브: 미완성작이라는데, 내가 보기에는 어데가 미완성인가 싶었다. 잘 보니 여자의 손이 아직 표현이 안되었다.  (한 손에 금지된 열매를 들고 있을 터인데)   이 작품은 한국 전시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뎌 만난 클림트의 키스!

 

벨베데레 궁에서 직접 찍은 클림트의 <키스>

 

사진이나 어떤 인쇄물로도 그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술혼은 흉내낼 수 없다.  이 그림 정말 너무 유명해서, 빈의 모든 기념품 샵에서 거의 모든 물품에 이 그림을 새기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였는데... 유리잔, 커피잔, 머그, 액자, 열쇠고리, 초콜릿, 휴대용 휴지까지!

 

이 그림은 1908년 완성과 동시에 오스트리아 미술관에서 구입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벨베데레 궁전의 오스트리아 미술관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 번씩 외출을 돌고 오면 엄청난 외화벌이가 될 텐데도, 오스트리아와 빈은 클림트의 키스를 외출시키지 않고, 이 그림을 보고자 하는 자가 <와서 보라>고 외치고 있다는.  그러므로 한국 전시에서는 물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고, 현재까지 그렇다. 

 

관찰과 느낌:

그림은 180 cm x 180 cm 크기의 작지 않은 작품이었고, 어떤 분은 도슨트나 여행가이드분이 알려주셨는지, 거기에 황금을 어떻게 입혔고 등등을 말하던데, 나는 전시를 볼 때 설명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설명해 주는 분이 말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그림을 감상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그의 설명으로 인한 편견에 사로잡혀 자유로운 나만의 해석이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림에 대한 저술이나 서적은 참고를 많이 하는 편).  이 그림은 워낙 유명해서 한참을 그 앞에 서 있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아침 시간이라서 잘 관찰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키가 작아서도 그렇겠지만, 여자의 발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남녀의 모습이 부드러운 곡선의 테두리에 감싸져 안정감이 있지만, 여자의 발은 벼랑 끝에 있는 것처럼 발가락이 구부려져 불안정한 모습...

남자의 옷은 편안한 사각 패턴, 여자의 옷에 그려진 둥근 문양들이 섬세한 불안감을 원 안에 들어있는 안정감으로 초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금으로 칠했는지, 도금을 했는지, 물감에 어떻게 섞었는지는 상관없다.  전체적인 형태감이 주는 감동적인 인상과 세미한 패턴과 배경이 제각기 자기 소리를 내고 있는, 완전한 구성의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인상을 받았다.  

 

또 볼 기회가 있다면, 이 매스터피스 앞에서 더 오랜 시간을 서서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  구스타프 클림트와도, 두 연인과도 각각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다.  세세한 패턴과 색이 표현하는 작은 상징들에게도 질문들을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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